비유와 병유
비유인가 병유인가
[질문]
한글 안티오키아 비블로스는 ‘parable’을 비유가 아닌 병유로 번역하였는데, 비유와 병유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답변]
비블로스(바이블)는 진리의 책입니다. 사람들이 진리를 문학작품이나 신화로 취급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령 소설, 전설, 영웅담,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등은 인간이 꾸며낸 그럴듯한 이야기들로서 문학작품에 속합니다. 문학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고상하게 정의하지만, 실은 글을 꾸미는 기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수사학(rhetoric)이라 하는데, 수사학의 수사법 중에 비유법(metaphor)이 있습니다. 문제는 비블로스 진리에 비유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데 있습니다. 진리이신 예수스께서 비유가 아니고는 발언하지 않으셨다고 하면(맛 13:34), 예수스의 말씀들이 다 꾸며낸 이야기(fiction)라는 말이 되어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비유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파라볼레(parabole)는 평행하여(para) 던지다(ballo)라는 어원에서 평행사례 혹은 병행사례를 의미합니다. 이것을 비유라 번역하면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수사법상의 비유법과는 달리, 허구가 아닌 실제로 있는 사례를 병행시켜 설명하였다 하여 병유(竝喩)라고 번역한 것인데, 유(喩)자가 걸리긴 합니다. 우매한 대중을 깨우친다 하여 깨우칠 유자를 썼지만, 자칫 진리가 아닌 꾸며낸 이야기를 가지고 설득하여 교훈을 준다는 의미가 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비블로스를 수사법상의 비유와 상징으로 영해(靈解)하는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바르고 정확한 낱말로 번역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