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역의 원칙

번역해야 할 낱말과 음차해야 할 낱말

음역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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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글 안티오키아 비블로스에서 어떤 경우에 번역이 아닌 음역을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요.

[답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 번역(飜譯)이고, 바꾸지 않고 소리 나는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음역(音譯)입니다.

마땅한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음역하기도 하지만, 고유의 의미를 보존할 필요가 있어서 음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블로스의 용례는 대부분 후자로서, 인명,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의 경우와, 고유명사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메시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음역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역을 하더라도 어느 언어를 기준으로 음역하느냐 역시 중요합니다. 가령 히브리어 요슈아를 그리스어 기준으로 예수스라 음역한 것과, 히브리어 다윗을 그리스어 기준으로 다비드라 음역한 경우 등은 적용대상이 히브리인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 전체에 해당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할렐루야를 음역하지 않고 지배권주를 찬양하라로 번역한 것 역시 히브리인만의 찬양이 아닌 인류 전체의 찬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어 밥티스마를 영어로 임머젼(immersion, 담금)이라 번역하지 않고 뱁티즘(baptism)으로 음역한 것은 첫 명령 그대로의 생명력을 순수하게 보존하여 자칫 종교의식이나 예식(세례, 침례) 등으로 왜곡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한글의 경우 그리스어 그대로 밥티스마라고 음역하면 영어보다 오히려 정확하게 됩니다.

새유언의 첫 언급이자 첫 단추인 비블로스는 대표적으로 음역해야 할 가장 중요한 낱말입니다. 영어 바이블(Bible)은 음역은 맞지만, 비블로스의 음역이 아닌 비블리아의 음역이라 아쉽고, 더더구나 본문에서는 책이라 번역하는 오류를 범하였습니다.

성경 혹은 성서는 아예 음역을 버리고 번역을 선택한 경우입니다. 일반 책과 구분하기 위해 거룩을 뜻하는 성(聖)자를 붙였지만, 외려 종교 경전으로 국한하고 고착화시키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비블로스라는 음역은 숨 쉬는 진리의 책을 뜻하며, 창조주와 인간이 함께 호흡하는 신비의 책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성경이나 성서라 부르지 말고, 바이블이라 하지도 말며, 비블로스라는 이름을 제대로 이해하여 정확한 진리의 이름을 즐겨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